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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는 남매 번듯하게 키우려… 월세 10만원 단칸방서 눈물, 얼마나 삼켰을까

삼척시사회복지협의회 0 8,053 2012.01.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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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공감편지] <5> 시인 유안진, 싱글맘 Y씨에게 
 "행여 아이들이 볼까봐 실컷 울어보지도 못한 당신 
 그러나, 알고 있었나요 오바마도, 클린턴도, 고주몽도 모두 싱글맘이 키워냈다는 걸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고 싱글맘은 엄마보다 강합니다" 
 헤어진 남편, 떠안은 빚… 홀로 키워야 하는 아이들 
 마트에서 온종일 일하며 억척스럽게 살아보지만… 
  
 1년 전 이혼한 Y(39)씨는 서울의 한 대형마트 세제 코너에서 일한다. 주 5일제 근무지만 한 달 20만원을 더 벌려고 남들 쉴 때에도 출근을 자청한다. 중학생 딸, 6살짜리 아들과 월세 10만원 단칸방에 사는 Y씨는 "월세를 4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다시 지금 집으로 줄였어요. 집세를 줄이면 조금 더 저축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잘 쉬지도 못하고 번 한 달 130만원 중 약 40만원이 빚 갚는 데 들어간다. 전 남편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떠안은 사채 때문이다. 나머지 수입으로 생활비, 집세, 공과금을 내면 어김없이 마이너스 살림. 매월 양육비 25만원을 보내준다던 전 남편은 소식이 없다. 결국 법원에 개인회생을 최근 신청해 남은 빚 600만원을 8년간 나눠 갚기로 했다. 유씨는 "자정 넘어 집에 들어가 아이들 얼굴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chosun.com 
 저녁 장 보러 나온 인파에 끼여 소개받은 Y씨는 수려한 외모에 우아한 기품마저 풍기는 미인이었다. 일하던 장갑을 벗고 손잡아주었다. 그의 은은한 미소와 안정되고 맑은 음성은 귀부인의 격조마저 느끼게 하여, 이렇게 우아한 젊은 여성이 싱글맘이라니?! 벗은 장갑을 끼워주면서 우리는 스스럼없이 친숙해졌다. 그 마트에서 일한 지는 7년여, 남매를 키운단다. 시종 안정된 미소로 담담하게 말하는 그를 어떤 생활고도 범접하지 못했으면, 안심되고, 장하다,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등 두드려주고 싶었다. 자정에 퇴근하여 집안일 하고 6시에 일어나, 늘 잠이 모자라고 피곤하지만 기특하게도 남매(男妹)가 알아서 잘 해줘서 괜찮다고 웃었다. 그늘이라곤 전혀 없는 Y씨가 너무 고마웠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무수한 싱글맘들이 떠올랐다. 
 가까이 지내는 시인, 작가, 전문직, 비전문직의 선후배 친구들과 친척 이웃들에서부터, 싱글맘의 아들로 자랐다고 한 표를 호소하던 TV화면 속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어머니날에 싱글맘으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에 대해 썼던 클린턴 대통령의 아픈 글과 포드 대통령의 기사까지. 아니지 달(月)만 뜨면 자손 잘되게 해달라고 흙마당에서 절하시다가 졸도하시던 내 증조할머니까지. 아니 아니 고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사소와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 등등, 순서 없이 떠오르는 무수한 여장부요 여중군자였던 싱글맘들과 그분들이 키워낸 역사적인 위인들. 
 한국의 어머니들은 싱글맘일 때 더 위대했다는 말도 들었지. 남편의 이름자를 기둥에 써 붙이고 자식이 들고 날 때마다 "아버님 글방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버님 나무 한 짐 해왔습니다"라고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하도록 가르쳤고, 제사 때마다 주도(酒道·술 마시는 법)까지 가르쳤다. 그래서 역사상 싱글맘의 자식들이 성공한 예는 해동공자라는 퇴계 이황 선생을 비롯해서 삿갓시인으로 알려진 난고 김병연 등 무수히 많이 전해진다. 
 싱글맘 연구가 일찍부터 많이 이루어진 미국의 경우, 일관된 연구결과는 싱글맘의 자녀들이 싱글대디의 자녀들보다 학교성적은 물론 사회 적응력도 높다고 한다. 특히 여러 연구 중, 하버드대학교 신입생들에게 해마다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싱글맘 자녀들의 언어지능이 늘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결과의 가장 타당한 해석은 싱글맘들이 부부 대화 대신에 '모자간 대화'의 기회가 더 많아서 언어지능과 사고력은 물론 정서적인 성숙과 공감능력 사려성도 더 높았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환위기 때 실시된 장·단기 연구결과를 보면 싱글맘의 자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는 학교성적이나 친구관계, 사회적응 등에서 문제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가사참여와 자기관리에서 더 높은 성숙도를 보였다고 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싱글맘은 생긴다. 전쟁, 질병, 불의의 사고, 성격, 경제, 문화, 가치갈등 등 이유도 다양했고, 우리나라도 6·25전쟁을 겪으면서 무수한 싱글맘들이 억척스럽게 가족을 부양하며 가정을 지탱해왔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자아와 개성이 강해지면서, 가족 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어 싱글맘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다수자와 강자의 편견에서 소수자 약자의 보호장치로서, 취업에서 싱글맘에 대한 우선 배려가 필요하고, 비전문직의 경우 싱글맘의 직업연수 등 다양한 기회 부여가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문제와 자녀양육 의료 등에서 수시로 필요한 경제적 물질적 복지는 말할 것도 없고, 심리적 지지와 지원을 위한 상담기관과 상담전문가의 양성 등도 증가 추세의 싱글맘과 자녀들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편견 또한 불식되어야 할 선결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활을 위해 일하랴, 자녀 키우랴, 몸이 열이라도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빈말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의 상담이 왜 아니 필요하랴. 한밤중에 전화해서 흐느껴 울기만 하던 싱글맘 시인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와 잡아주는 손이 많아야 한다. 이 혹한에 차가운 두 손도 맞잡으면 따뜻해질 게다. 
[시인 유안진(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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