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독거노인들의 죽음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고독사'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뒤늦게나마 소식이 알려지면 그들의 외로움은 덜어지는 것일까? 고독사의 문제는 그들이 죽을 때 외로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내내 외로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CBS 노컷뉴스는 '고독사(孤獨死)가 아니라 고독생(孤獨生)이 문제다'라는 주제로 점증하는 고독사 문제를 집중 진단하고 대책을 찾아보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다.
24일은 네번째 순서로,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고독하게 살아가며 고독사의 두려움에 떠는 고독생(孤獨生)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힘들게 홀로살아가는 분들의 존재를 알아야 저희도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A씨)
"물품 지원은 1회성 밖에 안됩니다.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노인복지회 한 관계자)
"외로운 젊은이들에겐 솔로대첩이 필요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겐 실버대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표현은 서로 달랐지만 고독사를 바라보는 그들의 문제의식은 한 목소리였다. '고독사의 시작은 고독생(孤獨生)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처음엔 개인적인 문제 혹은 피치못할 이유로 인해 혼자가 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돈벌이 수단없이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하다보면 결국 처참한 고독사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고독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가족을 넘어서는 대안적 커뮤니티와 노인들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바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알아야 죽음의 문턱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서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전수조사도 실시하고 있고, 전기세ㆍ수도세 등 공공요금 장기 미납자 등을 대상으로 고독생을 파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파악되지 않는 1인가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포용을 강조했다. 단순히 물리적 정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박탈감ㆍ소외감ㆍ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독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사회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동(洞)장 문화 활성화 ▲예방형 커뮤니티 만들기 ▲실버대첩 등 사회참여 이벤트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먼저, '동(洞)장 문화'란 일정 규모 마을 단위의 대표자를 만들어 이 사람을 통해 동네에 누가 홀로사는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군지 등을 파악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주민센터에 사회복지사가 이같은 일을 하곤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사 1인당 관리해야할 주민이 수백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동장문화가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주민으로부터 시작하는 '지역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독사 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센터 내 설치된 이 센터는 아파트 단지 주민에 의해 운영되며, 단지 사회복지협의회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생위원과 자치회의 구성원 20명이 주체가 돼 활동하고 있는데, 상담, 단지내 돌아보기, 독거세대 등록(긴급시 연락처ㆍ긴급의료기관의 연락처 등을 등록)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텔레크로스(Telecross)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혼자살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응답이 없을 때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라서 사람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사람들 관계로부터 많은 정신적인 문제가 완화되기도 한다"며 "외롭고 힘든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방형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방형 커뮤니티는 ▲사람과의 교류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마을 만들기 ▲인사를 주고 받는 지역만들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만들기 ▲적당히 간섭이 가능한 인간관계 만들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예방형 커뮤니티에 안부확인시스템, 복지전문가와의 네트워크 연결 등 한국이 자랑하는 정보통신(ICT) 기술을 접목하면 지역 주민과 행정 기관과의 협동체제도 가능해져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 한 관계자는 "세상을 등진 채 홀로사는 사람들을 1회성이 아닌 상시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고독생 이들의 원인과 진단, 치료를 종합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노인문제에서 가장 이해를 많이 하는 사람은 같은 노인"이라며 "이분들이 노인을 케어(care)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집단에서 리더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건강이 약하고 이런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도 상당히 건전한 복지 시스템이 그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며 "노인이 노인 계층을 돌볼 수 있는 좀 더 보완할 수 잇는 시스템으로 국가가 나서서 만든다면 보다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연말 전국의 솔로들을 여의도 공원으로 집결시킨 '솔로대첩'과 같은 외로운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지역 단위의 노인클럽 활성화'를 통해 노인 스스로 자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션뿐만 아니라 전문 기술 습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이상 노인을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실버대첩' ▲지역에 오래 거주한 독거노인의 지역 안내 프로그램 ▲혼자 생활하는 이들을 서로 돌봐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사회로 나와 보람을 찾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곽금주 교수는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노인들이 해당 지역에 새로 전입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 설명회를 해준다든지, 자신의 경험을 통한 삶의 깊이를 젊은이들에게 멘토식으로 전달해주는 방법도 좋다"며 "이같은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되면 다른사람에게도 도움을 주지만 자신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전 열렸던 솔로대첩이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외로운 솔로들을 여의도 공원으로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실버대첩 같이 노인들도 서로간의 소통하고 이끌어 낼 수 있는 이벤트 등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고독생 이들에 대한 정책을 하달하는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근무 연속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지부 내 담당자의 근무 기간이 짧아 수시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담당자의 잦은 교체는 시민과의 접점인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입장에선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A주민센터 생활주민팀장은 "주민센터 내 사회복지사 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복지부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