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낮아 2, 3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은 으레 대부업체나 사채업체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이모저모 잘 살펴보면 ‘솟아날 구멍’은 반드시 있다. 금융위원회와 상호금융회사·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공동 출시한 햇살론은 신용등급 때문에 대출을 고민하고 있는 서민에게 빠르고 안전한 탈출구를 만들어준다.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는 이선영(가명·27)씨는 직업 특성상 소득이 일정치 않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씨가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과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을 문제 삼아 대출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이씨는 대부업체를 찾았다. 대부업체의 이자율은 상당히 높았다. 이씨는 부담이 컸지만 당장 생활비가 급했기 때문에 3백만원을 대출받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끈 이씨는 농협을 찾았다가 햇살론이라는 금융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당자와 상담 후 이씨는 햇살론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이로 대부업체의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다시 햇살론 상담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씨는 재차 햇살론 혜택을 받게 되어 7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자영업자 이용환(가명·50)씨는 지난해 햇살론을 통해 연이자 12퍼센트로 생계자금 1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생활비는 해결했지만 예전에 대부업체에서 연 25퍼센트로 빌린 1천5백만원은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이씨는 “가뜩이나 장사도 되지 않는데 대부업체 대출금을 갚으려니 늘 생활비가 부족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또다시 햇살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햇살론 제도를 대폭 개선한 덕분이다.
고금리 채무 상환 용도의 대환대출(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것) 한도를 기존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크게 확대한 것. 이에 따라 6개월 이전에 연이율 20퍼센트 이상의 고금리로 빌린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 중인 사람은 최대 3천만원까지 10~13퍼센트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되었다.
이씨는 대환대출 한도인 3천만원에서 기존 대출금 1천만원을 뺀 2천만원을 대출받아 대부업체의 돈을 갚았다. 이씨가 햇살론을 통해 빌린 대출금은 거치기간 없이 5년 이내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으면 된다.
양은숙(가명·53)씨도 햇살론의 혜택을 톡톡히 받은 사례다. 작은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양씨는 꽤 큰 규모의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광고주의 부도 소식을 들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즉시 중단되었다. 하지만 양씨는 광고주로부터 약간의 계약금을 제외하곤 단 한 푼의 잔금도 받지 못했다.
양씨는 사비를 털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회사 운영을 이어갔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양씨는 부득이하게 사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상환독촉 전화 때문에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양씨는 햇살론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양씨는 신용등급이 10등급으로 최하위였다. 이씨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상담을 통해 햇살론 운영자금을 신청했고, 다행히 7백만원을 대출받아 사금융 채무를 정리하고 회사운영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게 되자 양씨는 1년 동안 꾸준하게 신용등급을 관리해 5백만원의 햇살론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의 햇살론 대출 덕분에 양씨는 회사를 접어야 하는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처럼 햇살론은 저신용자, 저소득자, 개인회생과 워크아웃 중인 자, 연체기록자 등에 대해 재기와 재활의 기회를 줌으로써 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햇살론은 상호금융회사 10.6퍼센트대, 저축은행은 13.1퍼센트 이내에서 서민금융회사가 연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분명한 것은 기존 대부업체 등에서 신용대출을 받던 것에 비하면 금리수준이 30~40퍼센트대에서 10퍼센트대로 낮아져 이자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햇살론은 개인 신용 등급이 6~10등급인 경우, 또는 없는 경우에 할 수 있다(박스 기사 참조). 무등록, 무점포 자영업자나 일용직, 임시직 근로자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서 자영업자란 행상, 노점상, 방문판매원, 우유배달원 등도 속한다. 또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 중인 일용직, 임시직 근로자도 햇살론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서민금융 1박2일 현장방문’ 행사장에서 “햇살론 지원대상을 올해 두 배로 늘리고 내년 말에는 1천 곳 가까이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햇살론 대출 한도도 높여 서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바 있다.